PARADISE  ZIP

"채움,비움" - "비울, 채울" - "차고, 비고"

김호득(b. 1950)은 지난 30여 년간 동양화의 재료인 먹과 한지에서 시작하여 광목, 캔버스 등 확장된 재료와 방법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작업을 종합하는 전시이자, 그 속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채우고, 비우는’ 과정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흔들림, 문득’, ‘문득-사이’, ‘겹, 사이’, ‘그냥‘ 등 기존 개인전에서 주로 다뤘던 공간과 시간, 행위와 사유라는 주제를 토대로, ‘차다’ 와 ‘비다’ 라는 반 대되는 두 단어의 역설을 통해 실재와 허상에 대한 확장된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전시되고 있는 신작들 대부분이 파라다이스 ZIP의 독특한 공간을 연구하고 고민한 끝에 탄생한 작품들이다. 흰색으로 표현된 ‘단순함’과 집의 구조를 그대로 살린 ‘복잡함’이라는 반대되는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파라다이스 ZIP의 공간과 작가 특유의 여백의 미와 먹의 가득참, 흑과 백, 양과 음 등의 상반된 개념이 투영되어 있는 작품은 차 있음과 비어 있음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또 다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채워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채운 곳이 비어 보이고, 비어 있던 곳이 도드라진 실체처럼 보이는 역설적 상황이 나의 많은 작품에서 나타난다. 우리 인생에서도 채울수록 공허해지거나, 비울수록 한편으로 꽉 차오르는 현상을 경험하거나 직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