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DISE  ZIP

작품 속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담아 내는 에디 강의 캐릭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탄생한 것이다. 작가의 추억을 담고 있는 캐릭터들은 때로는 작가 자신을 대변하여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지난 1년 간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의 기록이다. 특히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다수의 드로잉 작품들은 놓치고 싶지 않은 특별한 순간에 대한 기억과 경험 그리고 수시로 변하는 감정의 흔적들로 내면 속 깊이 간직해온 이야기이다.

에디 강에게 있어 창작작업은 추억과 꿈을 망각한 삶에 익숙해져 무덤덤해 진 현대인들에게 순수한 마음과 잊고 지냈던 많은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주문을 만드는 과정이다. 사람들의 마음 속 불안함과 상실감을 떨쳐내게 하는 긍정의 마법이 담긴 전시가 되기를 바라며 작가는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 움츠러든 모두에게 “다 괜찮아 질꺼야. We will be alright.”라고 진심 어린 위로와 따뜻한 격려를 담아 주문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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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에디 강이 보여주는 작업들은 근래에 자신을 엄습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상실을 묵묵히 감내하고 끌어안으며 빚어낸 시간이 물리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상실은 현실의 시간과 애도가 거처할 마음의 시간 사이에 극적인 엇갈림을 토해내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상실이 엄습한 후에 한동안 그러한 엇갈림 위에서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같은 고립된 고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에디 강도 상실 후에 뒤따라오는 이러한 고통 속에 한동안 잠식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자신의 자아가 고립된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으며 결국 현실의 시간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에디 강은 여행 속에서도 드로잉 작업을 멈추지 않았는데, 바로 이 드로잉 작업들이 이번 전시의 중심축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드로잉 작업들은 에디 강의 다른 드로잉 작업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이 작업들은 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어와 기록을 통한 애도와 유사한 맥락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드로잉 작업들이 구현되는 스케치북, 객실에 비치된 메모지, 지도, 엽서 같은 바탕들은 마음의 시간이 물질화된 것이다. 따라서 에디 강이 물질화된 마음의 시간 위에 선을 긋거나 색을 칠하는 행위는 마음의 시간 위에 애도를 직조하는 행위와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에디 강이 이러한 그리기를 추상의 영역에 모두 밀어 넣지 않고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대변하는 캐릭터인 러브리스, 믹스, 예티 그리고 "WE WILL BE ALRIGHT", "I WILL ALWAYS BE THERE FOR YOU"등과 같은 문장과 연동해 가시화된 이야기로 만든다는 점이다. 물론, 이렇게 가시화된 이야기는 분명 에디 강의 매우 사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그가 가시화한 이야기는 결국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삶 속에서 희노애락을 경험하는 인간의 보편성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매우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측면을 가진다. 따라서 에디 강의 이번 작업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향한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향한 것이 될 수 있다. 다행히도 에디 강은 이번 여행을 통해서 집약적인 애도를 치러냈으며 덕분에 현실의 시간과 마음의 시간을 점차 동기화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애도라는 것은 꾸준한 노력 없이 결코 쉽게 직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노력을 가능케 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이번 전시에서 감상자의 마지막 동선에 해당하는 전시장 2층의 한 방에서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방에서 재발견할 수 있는 답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홍태림(미술비평가)